[사순절 6일차] 은혜의 길이 열리다 (마태복음 27:4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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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여섯째 날을 맞이하며, 우리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의 핵심 장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합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외치신 말씀과 함께, 온 땅에 어둠이 깔리고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는 사건은 구원의 역사가 완성되어가는 극적인 순간입니다.

 

 마태복음 2745-54절은, 정오부터 오후 세 시까지 땅에 임한 어둠과 예수님의 절규 어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는 외침, 그리고 그 순간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로 찢어지고, 땅이 진동하며 무덤들이 열리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참혹하고 비극적인 죽음처럼 보이지만, 구속사적 관점에서 이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던 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은혜의 길이 열린 사건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겪으신 극심한 고통과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으신 것 같은 그 외침이, 사실은 죄인을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 사건이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지, 사순절을 지나는 우리에게 어떤 결단을 일으켜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길 원합니다.

 

“하나님께 버림받은 듯한 고통이 열어낸 길”

45절에서 제육시로부터 온 땅에 어두움이 임하여 제구시까지 계속하더니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보통 정오(제육시)부터 오후 3(제구시)까지 가장 해가 뜨거운 시간이지만, 그 시각에 땅이 어두워졌다는 것은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니라, 온 우주가 십자가의 사건에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이 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겪으셨고, 마침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46),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울부짖으십니다.

 

 예수님의 이 외침은, 죄인인 우리가 겪어야 할 하나님과의 단절을 예수님께서 온몸으로 감당하신 것입니다. 구속사적으로 볼 때,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고, 죄가 가져오는 저주와 형벌을 몸소 짊어지심으로써 하나님께 버림받음이라는 가장 비참한 상태까지 내려가셨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죄가 더 이상 우리를 영원히 묶어두지 못하도록 결정적 해결책을 제공하신 것이지요.

 

 우리는 이 장면에서, 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하나님으로부터의 단절은 생명력이 완전히 끊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끔찍한 대가를 대신 치르심으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담대히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여셨습니다. 이는 한 분의 죽음으로 많은 이들이 생명을 얻는은혜의 역사입니다.

 

 이 사건이 우리 일상에 주는 메시지는, “죄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도전입니다. 예수님의 외침이 보여주듯, 죄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파괴하며, 그 결과는 비참합니다. 그러므로 사소해 보이는 죄일지라도 습관처럼 방치하지 않고, 즉시 회개하고 돌이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짓는 거짓말이나 불순한 생각에 대해서도 주님, 이 작은 죄라도 나와 당신 사이를 가로막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솔직히 고백해 보십시오. 이런 태도가 쌓일 때, 예수님의 보혈로 열린 은혜의 길을 매일 실제로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막힌 담을 허무시는 하나님

 50절 이후, 예수님이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시자,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두 조각이 되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지고라는 사건이 일어납니다(51-52). 이 중에서 성소 휘장이 찢어진다는 장면은 구속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구약 시대에는 성소 안의 지성소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오직 대제사장만이 1년에 한 번, 속죄일에 희생 제물의 피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죄인의 몸으로는 거룩하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시는 순간, 성소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다는 것은, “예수님의 피로 인해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던 벽이 허물어졌다는 결정적 선언입니다. 이제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더 이상 제사장이나 제사 제도에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이 새로운 대제사장이자 영원한 희생 제물이 되심으로, 우리는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히브리서 1019-20절 참조).

 

 우리의 현실에서 이 사실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하나님은 멀리 계시지 않다는 진리를 매일 새기며, 기도를 통해 가까이 나아가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내가 이런 죄를 지었으니, 당분간은 하나님께 나아가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은 이제 복음과 어긋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공로로 누구나 회개함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천적 예로, 하루를 시작할 때와 마칠 때에 잠깐씩이라도 조용히 기도에 집중해 보십시오. “주님, 오늘 나와 함께 계심을 믿습니다. 십자가로 열린 이 길을 따라 나아가오니, 저의 마음을 받아주옵소서라고 고백하며, ‘열린 성소안에서 주님을 만나는 것을 습관화해 가는 것입니다.

 

고백을 이끌어내는 십자가

 54절에서 예수님을 지키던 백부장과 함께 있던 이들이 지진과 여러 가지 일어난 사건을 보고,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다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예수님을 처형하던 로마 군인의 입에서 나온 선언으로, 매우 놀라운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동안 무수한 기적을 행하셨고 많은 가르침을 주셨지만, 정작 십자가상의 비참함 속에서 이방인 백부장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고백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복음의 핵심이자, 우리의 신앙고백을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사건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기적을 보고 , 대단하다정도로 감탄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사실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있을 때,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죄의 권세에 짓눌리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이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혹시 십자가는 교회에서 늘 듣는 이야기라며 무감각해지진 않았는지, 또는 예수님의 죽음을 여전히 멀리서 지켜보는 구경꾼처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십자가가 내 존재와 삶을 뒤흔드는 능력임을 믿는다면, 우리는 매일 더 깊은 감사와 순종의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만약 신앙 생활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주님의 임재를 생생히 느끼지 못한다고 여겨진다면, 다시 십자가 앞에 무릎 꿇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 이 십자가가 나의 모든 죄를 짊어지셨음을 다시 깨닫고, 저 또한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시다라고 고백하기 원합니다라고 마음을 열어 고백해 보십시오. 예수님의 십자가를 뜨겁게 묵상할 때,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백부장과 같은 고백이 새롭게 터져 나올 것입니다.

 

마태복음 2745-54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경험하신 극심한 고통과, 그 고통이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죄인인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선포합니다. 예수님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울부짖음으로, 죄로 인해 하나님과 단절되어야 했던 우리 자리를 대신 지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성소 휘장이 찢어짐으로써,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막힌 담이 무너지고 누구나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의 은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 사건이 주는 메시지는, 예수님의 십자가가 영원한 희생 제물로서 우리의 죄값을 완벽히 치르셨다는 점,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언제든지 회개하고 주님 앞에 나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세상의 기준으로는 참혹한 처형 장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하는 대역전이 일어난 것입니다.

 

사순절에 우리는 이 십자가 사건을 더욱 깊이 묵상하며, 죄의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깨닫고, 동시에 그 죄보다도 더 크신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를 새롭게 체험하고자 합니다. 십자가를 바라볼 때, 우리의 헌신과 감사는 자연스레 회복되며,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는 믿음의 확신이 새롭게 솟아납니다. 이 은혜가 우리 일상을 변화시키고, 모든 삶의 영역에서 예수님의 통치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동력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개인 묵상과 기도를 위한 기도제목 3가지

  1. 십자가에 담긴 죄의 대가와 사랑의 무게를 깊이 깨닫고, 날마다 회개하게 하소서
  2. 성소 휘장이 찢어진 은혜를 기억하며,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하나님께 담대히 나아가게 하소서
  3. 십자가의 능력을 삶 속에서 실제로 경험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담대함을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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