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다섯째 날에 이르러, 우리는 예수님이 실제로 십자가에 달려 고통당하시는 장면을 깊이 묵상하고자 합니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부활에 이르는 전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죄성을 정직하게 직면하게 하는 특별한 시기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으로, “인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결정적 사랑”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오늘 본문인 마가복음 15장 21-32절은 예수님이 빌라도의 재판을 거쳐 골고다 언덕까지 끌려가셔서 십자가에 달리시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이는 고난의 정점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은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조롱을 받으시며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세상적으로 볼 때 이 모습은 무력한 패배처럼 보이지만, 구속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역사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결정적 순간”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 어떤 길을 걸으셨는지, 왜 그런 길을 선택하셨는지 묵상하며, 동시에 우리의 삶 속에서도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의 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사순절의 날들이 거듭될수록, 우리의 묵상은 더 깊어지고, 예수님을 바라보는 눈은 더욱 간절해지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십자가에 담긴 고난과 사랑을 심장 깊이 새기고, 그 은혜에 합당한 삶으로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왕이신 예수님의 치욕과 우리 구원의 성취”
마가복음 15장 21-32절에서 예수님은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의 몸으로 골고다 언덕을 오르십니다. 로마 군사들은 예수님을 조롱하며 ‘유대인의 왕’이라고 희롱했고, 십자가 위에는 ‘유대인의 왕’이라는 패가 붙었습니다(26절).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롱의 문구가 오히려 예수님이 진짜 메시아이자 왕이심을 드러내는 ‘진실’이 되었습니다.
구속사적 관점에서, 예수님이 조롱받으시고 모욕당하시는 이 장면은 구약으로부터 예언된 ‘고난받는 메시아’의 모습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이사야 53장 참조). 인류의 죄를 대신 지는 왕이, 군림하는 모습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가장 처절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스스로 낮아지신 하나님의 아들의 사랑이며, 죄와 죽음을 이기시는 구원의 첫걸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치욕적인 십자가를 지심으로, 죄인인 우리를 위한 대속의 제물이 되셨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패배’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그 속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 계획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렇게 주님은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십자가까지 나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할 때, “왕 되신 예수님이 자신의 권세를 이용하지 않고 왜 이렇게까지 낮아지셨을까?”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그것은 오직 ‘사랑’ 때문입니다. 하늘 영광을 버리고 우리를 위해 낮아지신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릴 때, 신앙인은 자연스레 그 사랑에 응답하기를 원하게 됩니다.
이 말씀이 오늘 우리 삶에 주는 도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내가 직면한 작은 고난과 불편함조차도 예수님의 고난을 떠올리며 겸손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둘째, 세상적 기준으로 ‘패배’처럼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믿음으로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을 기대하며 걸어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현실적인 예로,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쉽게 분노하거나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치욕을 당하실 때조차 “내가 하늘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으시고, 고통을 묵묵히 견디셨던 모습을 본받아, 우리도 억울함이 올 때마다 “주님, 이 순간에도 역사하시는 당신의 뜻이 있음을 믿습니다. 분노와 상처 대신 주님의 길을 보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결단들이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구체적 실천이 됩니다.
“십자가에 달린 자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비방하며…” : 조롱과 거절 속에 피어나는 은혜
본문 29절에서 “지나가는 자들”이 예수님을 보고 머리를 흔들며 조롱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과 가르침을 들었음에도, 십자가에 달리신 모습을 보면서 “네가 만약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지금 내려와 보라”고 빈정거렸습니다. 이에 군병들과 대제사장들, 서기관들까지 합세해 예수님을 조롱합니다(31-32절).
이 장면은 세상의 시선이 십자가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완고한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에게 십자가는 실패와 수치의 상징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볼 때, 그 수치는 오히려 죄인을 살리는 희생이요, 우리에게는 영광으로 변모됩니다. 즉, 세상이 볼 때 조롱받는 십자가는, 믿음의 눈으로 볼 때 하나님의 구원 능력이 됩니다(고린도전서 1장 18절 참조).
이 말씀을 일상에 적용해 본다면, 우리가 예수님의 길을 따르려 할 때, 주변으로부터 “왜 그렇게까지 해?” “세상 사람들 다 편하게 사는데 너만 불편하게 신앙 지키려고 해?” 같은 조롱이나 의아함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조롱당하시면서도 끝까지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따르는 일에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할 때, 세상이 불합리하다 비웃을지라도 진리에 충실하는 결단을 내리는 힘을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나 동료가 나를 손해 보게 하면서까지 부정한 이익을 취하려고 꼬드길 때, “이 정도면 다 하는 거야”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아니야, 하나님 앞에서 옳은 길을 택할래”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십자가 사랑을 깨달은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은 비록 작은 손해나 주변의 조롱을 받을지라도 하나님 앞에서 정직함을 지키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곧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삶의 모습입니다.
고난의 현장에 동참하는 제자의 삶 :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예수님은 이미 제자들에게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가복음 8장 34절)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직접 지심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시대에도 여러 형태의 ‘작은 십자가’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물질적 희생, 때로는 관계에서의 용서와 배려, 혹은 고난을 감수하면서도 진리와 정의를 지키는 것, 이 모든 것이 십자가를 지는 삶입니다. 사순절은 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며, “나는 지금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는가? 혹은 편안함과 세상의 시선에 나를 맞추고 있는가?”를 성찰케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하루에 한 가지씩 십자가를 바라보며 결단하기’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내게 상처를 주었을 때, “주님께서 나를 위해 모욕을 참으셨듯이, 오늘은 내 분노를 억누르고, 오히려 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겠습니다”라고 결단해 보십시오. 또는 가정에서 당연히 내 몫이 아닌 집안일을 발견했을 때, “주님이 십자가 지신 것처럼, 나도 기쁨으로 이 일에 동참하겠습니다”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섬김의 시작이, 예수님이 보여주신 ‘자기 부인과 헌신’의 길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가복음 15장 21-32절은 예수님께서 군중의 조롱과 로마 군인들의 가혹한 대우를 받으시며, 결국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처절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세상적으로 보자면 가장 비참하고 무력해 보이지만, 구속사적 시각에서 이는 “죄로부터 우리를 완전히 자유케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구원 행위”입니다. 예수님의 고난은 고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죄인의 구원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순절이 깊어질수록, 우리의 묵상 역시 깊어져야 합니다. 십자가가 단순히 “예수님이 당하신 불쌍한 사건”이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해 지불된 대속의 희생”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때, 우리는 그분의 고난에 함께 동참하는 제자의 삶을 결단하게 됩니다. 조롱과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진리를 선택하고, 일상 속에서 작은 섬김과 양보를 실천하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사순절의 참된 의미를 살아내는 길입니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지만, 예수님께서 이미 우리보다 앞서 걸어가셨고, “왕이신 예수님”이 십자가의 치욕으로 우리를 자유케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의 차례입니다. 주님이 보여주신 사랑과 헌신을 본받아, 곧 다가올 부활의 기쁨을 소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복된 사순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개인 묵상과 기도를 위한 기도제목 3가지
- 십자가의 고난을 묵상하며, 나의 편안함을 내려놓고 주님의 길에 동참하게 하소서
- 세상의 조롱과 손해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진리와 사랑의 길을 선택하게 하소서
- 작은 희생과 섬김을 통해 십자가의 사랑을 일상에서 드러내는 제자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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