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4일차] 침묵 속에 드러나는 진리(요한복음 1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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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넷째 날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예수님의 고난이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 장면들을 묵상합니다. 이 시기는 우리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여정이 단순한 고통 이야기가 아니라, 죄인인 우리를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줍니다. 특히 요한복음 19장 1-16절은 빌라도가 예수님을 신문하고 결국 사형언도를 내리는 장면을 상세하게 전해줍니다.

 

빌라도는 거듭해서 예수님께 죄를 찾지 못하였고, 풀어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대인들의 압박과 정치적 계산에 휘둘려, 무죄하신 예수님을 십자가 형에 넘겨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장면은 표면적으로는 예수님의 ‘패배’처럼 보이지만, 복음주의적·구속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곧 우리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 더욱 선명해지는 대목입니다.

 

오늘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빌라도 앞에서 침묵하시는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역시 세상의 압박과 죄의 유혹 앞에서 예수님처럼 진리를 붙들기 위해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고난을 단순히 관조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 고난과 은혜를 바탕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변화시키는 거룩한 여정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충돌

요한복음 19장 1-16절에서 빌라도는 예수님이 무죄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대인 지도자들과 백성들의 압박에 굴복합니다. “나는 그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노라”(4절, 6절)라고 분명히 밝히면서도, 결국 자기 지위를 유지하고 폭동을 막기 위해 타협해버린 것입니다. 구속사적 관점에서 볼 때, 빌라도의 결정은 인간의 죄성이 얼마나 강력하고 교묘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러한 인간의 죄악된 선택 속에서조차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막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라고 외치는 군중과 정치적 계산에 몰두한 총독 빌라도의 모습을 통해, 예수님의 무죄하심이 더욱 부각되고, 그분이 대속의 희생 양으로서 십자가로 향하시는 길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인간의 악한 의도가 하나님의 뜻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장면에서 선명해지는 것입니다.

 

이 장면을 묵상할 때, 우리 역시 삶의 여러 선택지 앞에서 죄의 유혹에 쉽게 굴복하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이 일은 별로 나쁜 게 아니야”라며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시대가 이러니까 어쩔 수 없어”라는 이유로 진리를 놓아버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작은 타협들이 쌓여 결국 우리를 죄의 길로 이끌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따라서 일상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이 선택이 하나님의 뜻과 반대되는 것은 아닌가?”를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을 들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업무나 인간관계, 혹은 재정 문제에 있어 ‘당장 편리한’ 선택이 아닌 ‘하나님의 기준에 합당한’ 선택을 우선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혹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 조언을 구하고 기도함으로써 함께 분별해볼 수 있습니다.

 

빌라도의 질문과 예수님의 침묵 : 진리에 대한 외면과 받아들임

본문에서 빌라도는 예수님에게 질문하지만, 예수님은 대부분 침묵하시거나 간단한 대답만 하십니다(요한복음 19장 9-10절 참조). 이는 예수님께서 “변론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려 하지 않으시고, 이미 주어진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하시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충분히 해명하시거나 표적을 보이실 수도 있었지만, 그분은 침묵 가운데 진리를 지키셨고, 억울함조차 하나님의 뜻에 맡기셨습니다.

 

우리 삶에서도 때로는 억울한 상황이나 모함을 당하는 순간들이 생깁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억울함을 풀고자 분노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로 맞받아치려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침묵은 ‘진리는 스스로 빛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물론 매 순간 침묵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내가 고난을 당할 때 “이것이 정말 나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뜻과 정의를 위한 것인지”를 분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태도를 조금이라도 본받기 위해, 우리는 ‘진리를 위한 말’과 ‘나를 위한 말’을 구분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나 학교에서 억울한 상황이 닥쳤다면, 먼저는 흥분하기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본 뒤, 상대와 대화할 여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 과정에서 내 감정이 아닌 진리와 정의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말씀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기준을 익히고, 내면을 기도로 단련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 군중의 외침과 우리 시대의 목소리

요한복음 19장 15절에서 유대인들은 “이 사람을 없이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라고 외칩니다. 군중 심리에 휩쓸린 대다수는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주변의 분위기에 편승해 예수님을 향해 잔혹한 선고를 내립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군중 심리’, ‘대중 여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어느 순간 대세가 되어버린 의견이 반드시 진리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거짓과 편견이 섞인 주장이라 할지라도, 많은 사람이 지지하면 진리처럼 둔갑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SNS나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는 여론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예수님처럼 흔들리지 않고 진리에 서 있기를 힘써야 합니다. 가령, 온라인상에서 누군가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맹목적으로 동조하기보다는, “정말 사실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는가?” “이것이 혹시 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를 분별해야 합니다. 또한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사람들이 하나의 의견에 쏠린다고 해서 무조건 그 의견이 옳다고 판단하기보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 지혜를 구하며 건강한 대화를 나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진리’가 시대정신이나 대중 여론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로 가는 길은 군중의 함성 속에서 폭력적으로 결정되었지만, 바로 그 사건을 통해 하나님은 역사의 구원 계획을 이루셨습니다. 우리 또한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적어도 부당한 일에 동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늘 본문, 요한복음 19장 1-16절 말씀은 무죄하신 예수님께서 빌라도의 재판대 앞에서 침묵으로 일관하시고, 결국은 십자가 형에 넘겨지시는 고통스럽고도 비극적인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사순절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단순히 ‘억울한 처형’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선택하신 성육신과 희생의 절정입니다.

 

빌라도는 진리를 분별했음에도 세상 권력과 압박에 굴복했고, 군중은 자기들의 욕망과 편견에 사로잡혀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를 외쳤습니다. 예수님은 침묵하며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셨지만, 바로 그 길이 죄와 죽음에서 우리를 해방하시는 구원의 길이 되었습니다.

 

사순절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빌라도처럼 주어진 진리를 알고도 타협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군중처럼 깊은 생각 없이 여론에 휩쓸리고 있지 않은가?”, “억울한 상황이나 오해를 받을 때,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정의와 뜻을 먼저 생각하는가?” 이런 질문들 앞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깨닫고 죄를 회개할 때,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가 우리 삶에 새롭게 임하게 됩니다.

 

이제 남은 사순절 기간 동안 더욱 말씀을 붙들며, 나의 가치관과 태도를 하나님의 진리에 비추어 살펴봅시다. 빌라도가 놓쳐버린 ‘참 진리’를 우리는 놓치지 않도록, 그리고 군중의 편협한 목소리를 따르기보다 예수님께 가까이 서는 용기를 갖도록, 성령님께 계속 구하고 깨어 있어야 하겠습니다.

 

개인 묵상과 기도를 위한 기도제목 3가지

  1. 세상의 압박 앞에서 타협하지 않고 진리를 따르도록 결단하게 하소서
  2. 억울함과 고난의 순간에도 예수님처럼 침묵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게 하소서
  3. 군중의 여론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말씀에 근거한 지혜를 구하며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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