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8일차] 십자가 위에서 선포된 사랑과 용서 (누가복음 23: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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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여덟째 날에 접어들며, 우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현장을 더 생생히 묵상하고자 합니다. 이미 여러 복음서를 통해 예수님의 고통과 그 의미를 살펴보았지만, 십자가 사건은 단지 ‘고통’이나 ‘희생’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 본문인 누가복음 23장 32-43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놀라운 말씀을 전해줍니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34절)라고 기도하심으로,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죄인으로 몰고 간 이들에게까지 용서를 베푸시는 사랑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곁에서 함께 처형되던 강도에게까지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43절)라고 약속해주심으로, 회개하고 주님께 나아오는 모든 영혼을 향해 구원의 문을 여심을 선포하셨습니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보여주신 ‘십자가 사랑’을 다시금 목격합니다. 그것은 성령 안에서 우리가 맺어야 할 ‘사랑의 열매’와도 깊이 연결됩니다(갈라디아서 5장 22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 사랑이 우리 일상 속에서 어떻게 ‘성령의 열매’로 맺혀야 하는지 함께 묵상하면서, 사순절 기간에 우리의 마음이 더욱 풍성해지고 변화되길 소망합니다.

 

 

범죄자 중 하나로 여겨지신 메시아

 누가복음 23장 32-33절에 따르면 예수님은 두 명의 강도와 함께 처형을 당하십니다. 즉, “범죄자 중의 한 사람”으로 간주되어 가장 수치스러운 사형을 받으신 것입니다.  이 장면은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온전히 짊어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전혀 죄 없으신 분이셨지만, 죄인인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범죄자의 자리에 서셨습니다.

 

 그 결과, 로마 군병들과 무리들은 예수님을 조롱하고,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모욕하였습니다(35-37절). 그러나 이것이 바로 “고난받는 종”으로 오시겠다는 하나님의 계획이었고(이사야 53장 참조),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이 구원 계획을 온전히 이루셨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이 겪으신 치욕과 고통은 우리를 죄에서 건지시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과 희생이었습니다.

 

 오늘 이 말씀은 우리가 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는 삶을 살도록 촉구합니다. 예수님이 치르신 대속의 대가가 크고도 완전하기에, 우리는 더 이상 죄의 종으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그 사랑을 기억하고, 죄를 멀리하며 의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주님, 죄인인 저를 대신해 범죄자의 자리에 서주셨으니, 이제는 제가 죄를 벗어버리고 새 삶을 살겠습니다”라고 결단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결단의 실제 모습은,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습관적인 죄’ 혹은 ‘자기중심성’을 매일 점검하고 끊어내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람들에게 쉽게 화내고 분노했던 태도, 혹은 부정직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했던 작은 습관을 내려놓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때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 이미 내 죄를 용서하셨다. 그러니 나는 새로운 삶을 살 힘이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선포해 보십시오.

 

원수까지 사랑하신 예수님

 누가복음 23장 34절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조롱하고 못 박는 자들을 향해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고 기도하십니다. 일반적인 사람의 시각으로 보면, 죄 없이 십자가에 달렸다면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복수를 외치거나 저주를 퍼부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저들을 용서해 달라”고 중보 기도하십니다.

 

 이 모습은 ‘사랑의 결정체’이자,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치신 “원수를 사랑하라”(마태복음 5장 44절)는 말씀을 직접 몸소 실천하신 예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곧 성령의 열매 가운데 가장 으뜸인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갈라디아서 5장 22절). 성령의 열매로서의 사랑은 단순히 감정적인 호감이나 상처 없는 관계를 넘어서, 나를 해치는 이들까지도 용서하고 축복할 수 있는 ‘하나님의 성품’을 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사랑으로 “용서의 길”을 열어주셨기에, 우리도 이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사랑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도하며 “주님, 제 마음에 진정한 사랑의 열매가 맺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조차 용서하고 축복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허락해 주옵소서”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직장이나 가정, 혹은 교회에서 나와 의견이 다르거나 내게 상처를 준 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이 ‘용서의 사랑’을 떠올려 보십시오. 처음엔 마음이 너무 힘들어 “어떻게 용서해?”라고 느낄 수 있지만, 계속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께서 십자가에서까지 저를 용서하셨는데, 나도 이 사랑을 조금이라도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실제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작은 대화 시도나 배려가 가능해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성령의 열매인 사랑이 한 걸음씩 우리 안에 자라나게 됩니다.

 

회개와 믿음 앞에 열린 구원

 한편, 누가복음 23장 40-43절에는 십자가에 함께 달린 강도 중 한 사람이 예수님께 죄를 고백하고,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나를 기억하소서”라고 간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라고 즉시 응답하십니다. 이는 ‘죽음 직전에 한 회개’라 할지라도, 진실한 믿음의 고백 앞에서는 구원의 문이 활짝 열린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놀라운 예입니다.

 

 구속사적으로, 예수님의 십자가는 “모든 인류에게 열려 있는 구원의 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아무리 큰 죄인일지라도,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고 마음으로 회개할 때, 구원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은 특정한 이들만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열린 초청입니다.

 

 

이 사실을 생각해볼 때, 우리는 두 가지 결단을 하게 됩니다.

첫째, 나 자신의 죄를 아무리 부끄럽고 무겁게 느낀다 해도, 회개함으로 예수님께 나아가면 용서받을 수 있음을 확신해야 합니다. 어떤 죄든 간에 “예수님의 십자가는 그것조차 덮기에 충분하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에게도 복음을 전할 때, “지금 돌아오기엔 늦었다” 혹은 “너무 많은 죄를 지었다”는 절망감에 빠진 이들이 있다면, 예수님의 용서와 구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희망을 담대히 전해야 합니다. 이것이 곧 십자가 사랑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길입니다.

 

 오늘 본문 누가복음 23장 32-43절을 통해, 우리는 “십자가 위에서 드러난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죄 없으신 예수님이 범죄자와 함께 처형을 당하심으로 우리의 죄를 대신 지셨고, 십자가에서 가해자들을 향해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심으로 원수 사랑의 최고봉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 회개하는 강도에게 구원의 약속을 주심으로,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가 얼마나 놀라운지 선포하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 우리에게 ‘성령의 열매’로 나타나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사랑은 성령이 주시는 열매의 첫 열매이자, 모든 열매의 근간입니다(갈라디아서 5장 22절). 예수님께서 십자가로 그 사랑을 확증하셨기에, 우리도 성령의 도우심 가운데 원수까지 사랑하고, 회개하는 이에게 구원의 소망을 전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사순절을 지나는 동안, 이 사랑의 메시지를 단순히 머리로만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의 관계 속에서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가길 바랍니다. 용서하기 힘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갈등이 있는 지체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복음이 필요한 이에게 담대히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십시오. 그때 성령께서 우리를 통해 사랑의 열매를 맺으시고, 십자가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은혜에 동참하며, 우리 모두 매일의 삶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며, 십자가의 사랑이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가 되길 간절히 축원합니다.

 

개인 묵상과 기도를 위한 기도제목 3가지

  1.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깊이 묵상하며, 날마다 죄에서 돌이키는 회개의 은혜를 주옵소서
  2. 성령의 열매인 사랑을 맺어, 원수까지 사랑하고 용서하는 넓은 마음을 허락하소서
  3. 회개와 믿음 앞에 열려 있는 구원의 문을 기억하며, 담대히 복음을 전하도록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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