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9일차] 고난에 담긴 사랑 (시편 2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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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아홉째 날을 맞이하며, 우리는 예수님의 고난을 더욱 깊이 묵상하고 그 속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여러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태복음 27장 46절 등)라고 외치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시편 22편 1절의 직접적인 인용입니다.

 

 오늘 본문 시편 22편 1-11절은 다윗의 고백이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예표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말씀입니다. 이 구절들을 통해,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느끼신 극심한 고통과 외면당함, 그리고 그 속에서 여전히 하나님께 부르짖으신 믿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고통의 순간이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십자가 사랑”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성취되는 자리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설교를 통해, 우리는 예수님이 겪으신 ‘버림받음’의 외침이 실제로 우리의 구원을 위한 희생이었음을 묵상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이 십자가 사랑이 오늘날 우리 안에서 ‘성령의 열매’(갈라디아서 5장 22절)인 ‘사랑’으로 맺혀야 함을 깨닫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길로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다윗의 고백 속에 담긴 메시아의 고난

 시편 22편은 다윗이 극심한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울부짖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절절한 고백은, 마치 절망의 끝자락에 선 사람의 외침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구속사적 관점에서 이 말씀은 단지 다윗의 개인적 고난을 넘어,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미리 예표하는 예언적 성격을 지닙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이 구절을 직접 인용하심으로써,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 지시는 고난의 한가운데서 “하나님께 버림받은” 듯한 통절한 외로움을 경험하셨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와 늘 하나 되신 분이셨지만, 십자가 위에서는 죄를 짊어지신 대속적 희생으로 인해 ‘단절된’ 감각을 체험하신 것입니다. 이 순간은 복음의 본질을 가장 깊이 보여줍니다. 죄 없으신 예수님이 죄인인 우리를 대신해 “하나님으로부터의 분리”라는 형벌을 담당하심으로, 결국 우리의 죄가 완전히 용서받게 된 것입니다.

 

 이를 묵상할 때, 우리는 “죄의 대가는 심각하다”는 사실과 동시에 “그 죄보다 더 큰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랑이야말로 십자가의 핵심이며, 성령 안에서 우리가 맺어야 할 열매의 기초가 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셨기에, 우리 역시 그 사랑을 세상 가운데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고백

 시편 22편 2절에서 다윗은 “낮에도 밤에도” 하나님께 부르짖으나, 하나님이 응답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 상황을 호소합니다. 이것은 우리도 고난 중에 느끼는 절망과 비슷합니다. 예수님 또한 십자가 위에서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부르짖으셨을 때, 그 절망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시편 22편에 담긴 ‘절망’의 외침이 곧바로 ‘불신앙’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다윗은 동시에 “주는 거룩하시며... 우리 조상들이 주를 의뢰하였고...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시편 22편 3-5절 요약)라는 고백을 이어갑니다. 즉, 고난 중에도 여전히 하나님을 붙들고, 하나님이 언제나 신실하게 인도하셨음을 신뢰하는 마음을 놓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에서도, 이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납니다.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버리셨나이까?”라는 절규 안에는 여전히 “나의 하나님”이라는 하나님 향한 부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완전히 믿음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아버지 하나님께 자신을 맡기고 계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깊은 위로와 도전을 줍니다. 때로는 삶 속에서 ‘하나님이 나를 버리셨나’ 싶을 만큼 힘든 상황을 만날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나의 하나님”이라는 믿음의 고백을 붙드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라며 하나님께 질문할 수 있으나, 그 질문 속에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살아 있다면, 결국 우리는 다시금 하나님 품 안에서 회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십자가 사랑과 성령의 열매로서의 사랑

 예수님이 시편 22편 1절을 인용하신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과의 분리’라는 극심한 고통을 통해 우리를 살리는 “십자가 사랑”을 완성하신 사건이었습니다. 성경은 이 사랑이 단순히 “예수님의 희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도 뿌리내려 열매 맺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 대표적인 가르침이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 나오는 “성령의 열매” 중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 곧 ‘아가페’ 사랑의 전형입니다. 아무 자격도 없고, 오히려 죄로 가득한 우리를 위해 스스로 버림받고 고통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우리 안에 자라나야 할 사랑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사랑할 만하니까 사랑한다”가 아니라, “사랑할 수 없는 상대에게까지도 넘치도록 베풀어 주시는 사랑” 말입니다.

 

 이 사랑을 일상에서 구현하려면, 구체적인 결단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예민하게 대하던 습관을 돌아보고, 의식적으로 더 따뜻한 말과 태도로 대하기. 나를 반대하거나 모욕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마음으로 용서와 축복을 선포하기(“하나님, 저 사람을 저주의 대상이 아니라 축복의 대상으로 보게 해주세요”). 교회나 공동체 안에서 어려움 겪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손 내밀기(재정, 시간, 정서적 지지 등). 이렇게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때, 우리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사랑을 조금씩 닮아가게 됩니다. 성령께서 그 과정을 인도하실 때, 비로소 우리 안에도 ‘사랑’이라는 열매가 맺히고, 그 사랑을 통해 주위 사람들이 ‘예수님의 복음’을 체험하게 됩니다.

 

 시편 22편 1-11절은 다윗의 처절한 고백이자, 나아가 십자가 위 예수님의 고뇌를 예표하는 예언적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서 가장 극심한 버림과 고통을 당하셨으나, 그 희생이 결국 우리를 위한 구원의 문을 열었습니다. 십자가 사건은 죄인인 우리가 영원히 죽어야 할 자리에서, 예수님이 대신 죽음을 당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도 넓은지”를 드러낸 ‘사랑의 절정’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사랑은 성령 안에서 우리의 삶 가운데 ‘열매’로 맺혀야 합니다.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 단지 개인적 구원이나 감정적 위로에 머무르지 않고, ‘사랑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 ‘이론’이나 ‘교리’가 아닌 ‘실천적인 현실’이 되도록 기도하며 결단해야 합니다.

 

 사순절을 지내는 이 시기에, “나의 하나님, 왜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예수님의 외침을 곱씹으면서, 그 안에 담긴 깊은 아픔과 동시에 구원으로의 초청을 발견합시다. 우리의 절망과 질문도, 결국에는 십자가 사랑 안에서 해답을 찾게 됩니다. 주님이 이미 우리의 죄와 상처를 담당하셨으니, 그 사랑을 힘입어 성령의 열매를 맺는 하루하루를 살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우리가 품은 이 사랑이 세상에 전해질 때, 많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만나고 구원의 은혜를 맛보게 될 줄 믿습니다.

 

개인 묵상과 기도를 위한 기도제목 3가지

  1. 십자가에서 버림받으신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죄의 심각성과 동시에 구원의 감격을 더 깊이 깨닫게 하소서
  2. 성령의 도우심으로 ‘사랑의 열매’를 맺어, 용서와 섬김, 축복을 통해 십자가 사랑을 실제로 드러내게 하소서
  3. 절망 중에도 “나의 하나님”을 붙드는 믿음을 잃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으로 다가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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