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7일차] 다 이루었다 (요한복음 19: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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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일곱째 날을 맞이하며, 우리는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에 담긴 구원 역사에 더욱 깊이 다가가고자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 마음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고통의 길, 그 절정인 십자가 사건을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리게 됩니다.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보혈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죄의 사슬에 매여 하나님과 단절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살펴볼 요한복음 19장 25-30절에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상태에서 하신 말씀과 마지막에 선언하신 “다 이루었다”라는 절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순간이 단순한 ‘패배’나 ‘비극’이 아님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셨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완수하셨다는 ‘승리의 선언’을 남기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신앙과 삶에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십자가가 주는 은혜와 사랑이 단지 ‘감정적 슬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새롭게 하고, 구원의 확신을 심어주는 능력이 되길 소망합니다.

 

“다 이루었다”에 담긴 하나님의 구원 역사

 요한복음 19장 30절에서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다 이루었다”라고 외치신 뒤 숨을 거두십니다. 구속사적 관점에서 이 선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구약 시대부터 예언되어 온 메시아 사역, 곧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고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는 모든 계획이 바로 이 십자가 사건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창세기 3장 15절의 여자의 후손 약속, 이사야 53장의 고난받는 종 예언 등).

 

 예수님이 땅에 오신 목적 자체가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함이었고, 그 구원의 절정이 십자가 위에서 “하나님의 어린양”이 되심으로 성취되었습니다(요한복음 1장 29절 참조). 그러므로 “다 이루었다”는 단순히 예수님의 생애가 끝났다는 말이 아니라, 구약의 예언이 성취되고, 죄의 문제를 해결하는 완전한 구원이 예수님의 순종과 희생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선언입니다.

 

 오늘 이 사실을 묵상할 때, 우리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치르신 희생이 무슨 ‘부족함’이나 ‘미완성’이 없는, 절대적인 구원 사역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어떤 선행이나 공로가 더해져야 구원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수님께서 다 이루신 구원에 우리가 믿음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기억할 때, 우리는 신앙 생활을 하며 “조금 더 노력해야 혹은 조금 더 의로워야 하나님께 갈 수 있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전적인 은혜에 감사하며 기쁨으로 순종하는 길을 걷게 됩니다.

 

 그러나 이 은혜는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라는 엄청난 대가가 지불된 은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믿음은 “아, 구원은 이미 끝났으니 이제 편히 살아도 되겠지”라는 태도가 아니라, “주님이 이렇게까지 희생하신 은혜를 내가 존중하고 그 은혜에 합당하게 살아가야지”라는 결단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루 중 짧은 시간이라도 십자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고, “주님, 이미 이루신 구원에 참여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그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게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상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예수님이 이미 나를 위해 값진 값을 치르셨는데, 내가 세상의 가벼운 쾌락이나 욕심에 빠질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면, 죄의 유혹을 이길 힘이 조금씩 자라날 것입니다.

 

제자들, 그리고 어머니 마리아

 본문 25절부터 27절에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몇몇 여제자들이 십자가 곁에 서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어머니를 돌보시며,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보라 네 어머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장면은 예수님의 ‘인간적 사랑’과 ‘책임감’, 그리고 공동체적 돌봄에 대한 가르침을 잘 보여줍니다.

 

 고난 중에도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이들을 돌보셨고, 그들에게 서로를 책임지는 공동체적 결속을 부탁하셨습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교훈이 됩니다. 신앙생활은 나 혼자만의 영적 삶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서로의 짐을 함께 지는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인들은 고난과 어려움을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 돌아보아 격려하며, 사랑을 격려하라”(히브리서 10장 24절)라는 권면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까지 이웃을 돌보신 모습을 본받아, 우리도 신앙 공동체의 지체들이 고난을 당할 때 그냥 방관하지 말고, 기도와 실제적인 도움으로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성도가 갑작스러운 병환이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면, 기도 제목만 듣고 넘어가지 말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나 마음을 헤아리는 상담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이렇게 “십자가 곁에서 서로를 돌보는” 모습이 나타날 때, 세상은 교회 안에 역사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의 고통을 온전히 지신 예수님

 요한복음 19장 28절에서 예수님은 “내가 목마르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자신을 비우고,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 고통과 연약함을 온전히 체험하셨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굳이 이 땅에 오셔서 우리와 똑같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으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우리를 구원하시는 데 있어 어떤 부분도 남기지 않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죄가 들어온 세상은 목마름과 결핍으로 가득합니다. 이 목마름은 물 한 모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혼의 목마름까지 포함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우리의 목마름을 대신 짊어지시고, 죄로 인한 갈증과 고통을 완전히 담당하셨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얻게 되었습니다(요한복음 4장 14절, 7장 37-38절 참조).

 

 이를 묵상할 때, 우리는 삶의 여러 모순과 괴로움 속에서도 “예수님이 나의 모든 갈증을 아신다”는 사실로 큰 위로를 받습니다. 혹시 지금 내가 처한 환경이 너무 고통스럽고,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어려운 ‘갈증’을 느낄지라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볼 때, 주님이 나보다 더 깊은 갈증과 고통을 체험하셨다는 사실에 위로받고 담대한 믿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할 때 솔직하게 “주님, 제가 지금 마음이 목마릅니다. 현실의 문제와 관계의 갈등으로 지쳐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제 목마름을 짊어지신 주님, 저에게 생수를 부어주옵소서”라고 아뢸 수 있습니다. 주님은 결코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생명의 물로 우리 영혼을 새롭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살펴본 요한복음 19장 25-30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 호흡을 내쉬시며 “다 이루었다”라고 선포하시는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마치 세상 눈에는 비극의 최종 장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인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 완전히 성취되는 ‘역사적 승리의 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목마름과 고통, 그리고 어머니를 돌보시는 사랑까지 모두 감당하시며, 십자가에서 죄의 값을 치르셨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죄와 죽음에 매여 살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님이 이미 “다 이루었다”라고 선언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을 더해야 하는 ‘부담’이 아니라, 이미 마련된 구원을 ‘감사함으로 받고 살아내는’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은혜는 우리를 세상 속으로 파송하여,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자로 살게 합니다.

 

 사순절은 이 사건을 단지 역사적 사실로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새기도록 초청합니다. “주님이 이미 다 이루신 구원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우리의 예배와 삶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오늘도 다시금 “다 이루었다”는 십자가의 선언 앞에서 죄를 회개하고, 이미 주신 은혜를 붙들며, 고난에 동참하는 제자의 길로 용기 있게 나아가는 모두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개인 묵상과 기도를 위한 기도제목 3가지

  1. “다 이루었다”는 선언을 통해, 이미 완성된 구원에 대한 감사와 확신이 깊어지게 하소서
  2. 십자가 곁에서 서로를 돌보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본받아, 공동체 안에서 적극적인 사랑을 실천하게 하소서
  3. 우리의 목마름과 고통을 친히 지신 예수님을 의지하며, 일상 속 영적 갈급함을 생명의 물로 채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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